클리셰 뜻과 웹소설 클리셰 정리: 로판 · 회귀물 예시

클리셰(cliché)는 너무 자주 쓰여 처음의 새로움과 힘을 잃은 표현 · 설정 · 전개를 말합니다. 웹소설에서는 ‘악녀 빙의’, ‘계약 결혼’, ‘회귀한 황녀’처럼 한 장르 안에서 되풀이되는 설정을 가리키고 독자는 이 클리셰를 보고 읽을 작품을 고르기도 합니다.

이 글에는 클리셰의 뜻과 어원, 트로프 · 클리셰 비틀기와의 차이, 로판 · 회빙환 · 현판과 아카데미물에서 자주 쓰는 클리셰 목록을 표로 담았습니다. 이어서 한 작품이 아카데미 클리셰를 어떻게 쓰고 비트는지 보고 클리셰를 비트는 순서와 고치기 전 / 고친 뒤 예시, 자주 하는 실수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한눈에 보기

  1. 클리셰는 원래 같은 내용을 되풀이해 찍어 내는 인쇄용 연판을 가리키던 프랑스어입니다
  2. 웹소설에서 클리셰는 독자가 장르를 알아보는 표지 역할을 합니다
  3. 클리셰를 비틀 때는 한 곳만 바꾸고 장르를 알려 주는 나머지는 그대로 둡니다
  4. 클리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쓴 것 자체보다, 독자가 다음 장면까지 다 맞힐 때입니다

클리셰 뜻과 어원

클리셰는 프랑스어 동사 clicher의 과거분사가 명사로 굳은 말입니다. 영어 위키백과가 온라인 어원 사전을 인용해 적은 바에 따르면 1825년 무렵 인쇄업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활자나 그림을 몇 번이고 똑같이 찍어 내는 금속 연판(鉛版)을 가리키는 인쇄공의 은어였습니다. 녹인 금속에 판을 눌러 틀을 뜰 때 나는 ‘딸깍’ 소리에서 이름이 왔다는 설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같은 판으로 찍으면 몇 장을 찍어도 똑같이 나옵니다. 이 뜻이 넓어져 지금은 판에 박은 듯 되풀이되는 말과 생각, 이야기의 설정과 전개까지 클리셰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는 상투어, 진부한 표현, 판에 박힌 말이 가깝습니다.

흔히 인용되는 말로 프랑스 시인 제라르 드 네르발의 ‘여자를 처음 장미에 비유한 사람은 시인이었고, 두 번째 사람은 바보였다’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눈에 띄던 표현도 많은 사람이 따라 쓰면 힘을 잃는다는 뜻입니다.

소설에서 클리셰는 두 층으로 나타납니다.

  • 문장의 클리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앵두 같은 입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처럼 너무 많이 쓰여 아무 장면도 떠오르지 않는 표현
  • 설정 · 전개의 클리셰: ‘무시받던 주인공이 시험에서 숨겨진 재능을 드러낸다’, ‘파혼을 선언당한 영애가 복수한다’처럼 장르 안에서 되풀이되는 상황과 줄거리

이 글은 주로 두 번째를 다룹니다. 문장 클리셰는 아래 ‘자주 하는 실수’에서 한 번 짚습니다.

클리셰 · 트로프 · 클리셰 비틀기 차이

세 말은 같은 재료를 두고 쓰는 사람이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트로프 클리셰 클리셰 비틀기
뜻 한 장르에서 거듭 나오는 설정 · 인물 유형 · 전개 너무 자주 쓰여 다음 장면까지 뻔해진 설정 · 표현 익숙한 설정을 깔아 둔 뒤 한 곳을 바꿔 기대를 빗나가게 하는 것
말의 느낌 중립 대개 부정적 긍정적 (잘 됐을 때)
예 ‘계약 결혼’이라는 설정 계약 결혼한 냉정한 공작이 첫날밤 ‘당신을 사랑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여주가 먼저 한다
독자가 느끼는 것 ‘이런 장르구나’ ‘또 이거네’ “이렇게 가네?”

같은 ‘계약 결혼’도 장르의 약속으로 쓰이면 트로프, 장면 하나하나가 남의 작품과 똑같으면 클리셰, 익숙한 틀 안에서 한 곳을 바꾸면 비틀기가 됩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트로프(장르 관습)를 ‘긴 설명 없이 독자가 이미 아는 맥락을 세워 주는 틀’로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쓰이면 값싸게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입니다. 트로프를 모아 둔 사이트 TV Tropes도 ‘트로프는 도구일 뿐’이라는 원칙을 앞에 둡니다.

한국 웹소설 독자와 작가는 트로프라는 말보다 클리셰를 훨씬 많이 씁니다. ‘로판 클리셰 모음’이라고 할 때의 클리셰는 대개 트로프의 뜻이고, ‘클리셰 범벅이라 지루하다’고 할 때는 부정적인 뜻입니다. 두 쓰임이 한 말에 섞여 있다고 보면 댓글을 읽기 쉽습니다. 다른 장르 용어는 웹소설 작법 용어 정리에 모아 두었습니다.

웹소설에서는: 클리셰는 독자가 장르를 고르는 표지입니다

종이책 한 권은 서점에서 표지와 뒤표지 소개를 보고 고릅니다. 웹소설 독자는 플랫폼 목록에서 제목 한 줄과 작품 키워드, 1화 첫 화면을 보고 몇 초 만에 고릅니다. 이때 클리셰는 ‘이 작품이 어떤 재미를 주는지’를 짧게 알려 주는 표지가 됩니다. 제목에 ‘악녀’와 ‘빙의’가 함께 있으면 독자는 원작 줄거리를 아는 주인공이 파멸을 피해 가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들어옵니다.

연재 구조도 클리셰를 반깁니다. 한 화가 5,000자 안팎이고 1화 안에 장르와 주인공의 처지를 다 보여 줘야 하니, 설명을 길게 할 자리가 없습니다. ‘회귀했다’는 한 문장이면 주인공이 앞일을 안다는 것, 지난 삶에 원한이 있다는 것, 이번에는 다르게 살겠다는 것까지 독자가 알아서 채웁니다.

그래서 웹소설에서 클리셰를 피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독자가 기대한 재미는 주되, 그 재미를 주는 방식에서 한 곳을 다르게 하는 쪽이 오래 읽힙니다. 아래 목록은 그 재료입니다.

로판 클리셰 정리

로맨스 판타지(로판)는 중세 서양풍 제국 · 귀족 사회를 무대로 한 로맨스 장르입니다. ‘로판 클리셰’를 검색하면 독자 커뮤니티의 정리 글과 클리셰 사전 크라우드펀딩이 먼저 나옵니다. 아래 표는 클리셰마다 독자가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오는지, 작가들이 어느 쪽으로 비트는지까지 칸을 더했습니다.

클리셰 흔한 시작 독자가 기대하는 것 자주 비트는 방향
악녀 빙의 읽던 소설 속, 결말에 처형당하는 악녀가 되어 눈을 뜬다 원작 지식으로 파멸을 피하고, 원작과 다른 사랑을 얻는다 원작 여주가 더 수상하다 / 원작 지식이 틀렸다
회귀한 황녀 · 공녀 배신당해 죽은 뒤 어린 시절로 돌아온다 지난 삶의 원수에게 갚고, 이번에는 가족과 자리를 지킨다 원수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 회귀한 사람이 둘이다
계약 결혼 서로 필요한 것을 위해 기한을 정한 결혼을 한다 계약이 끝날 즈음 진짜 마음이 생긴다 계약서 조항 하나가 사건을 만든다 / 먼저 반한 쪽이 뒤바뀐다
북부 대공 · 냉혈 공작 소문이 무서운 북부의 공작과 결혼하게 된다 차가운 남주가 여주에게만 다정해진다 소문은 공작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
파혼 선언 연회장에서 약혼자가 공개적으로 파혼을 선언한다 버려진 영애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른다 영애가 먼저 파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입양 · 가족 집착 버려진 아이가 냉정한 대공가에 입양된다 무뚝뚝한 가족이 아이를 아끼게 된다 아이가 가족보다 어른스럽다
가짜 성녀 · 진짜 성녀 신탁이 성녀를 고르는데 주인공은 가짜 쪽이다 가짜로 몰린 주인공이 진짜 힘을 증명한다 주인공은 정말 가짜이고, 그래도 사람을 구한다
남주 후보 여럿 · 서브 남주 황태자 · 기사 · 마탑주가 한 여주를 둘러싼다 누구와 이어지는지 끝까지 궁금하다 여주가 셋 다 거절하고 자기 일을 고른다

악녀가 주인공인 갈래를 따로 ‘악녀물’이라고도 부르고 로판의 무대 설정(제국 · 신분 · 북부와 남부)만 따로 정리한 글도 많습니다. 표의 마지막 칸에는 이미 많이 쓰인 비틀기도 섞여 있습니다. 비틀기도 자주 쓰이면 다시 클리셰가 됩니다.

회빙환 클리셰 정리: 회귀 · 빙의 · 환생

회빙환은 회귀 · 빙의 · 환생의 앞 글자를 묶은 말입니다. 로판과 현판, 무협을 가리지 않고 1화의 출발점으로 쓰여, 장르라기보다 이야기를 여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갈래 시작 장면 주인공이 쥔 것 흔한 클리셰 무너지기 쉬운 곳
회귀 죽거나 모든 것을 잃은 순간,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온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억 원수 앞에서 웃으며 복수를 다짐한다 / 미래 지식으로 돈을 번다 / 지난 삶의 동료를 먼저 찾아간다 기억이 편할 때만 흐려진다
빙의 사고 뒤 소설 · 게임 속 인물의 몸으로 깨어난다 원작 줄거리와 인물의 비밀 원작에서 죽는 조연이 된다 / 원작 주인공을 피하려다 엮인다 주인공이 원작에 없던 일까지 안다
환생 죽은 뒤 다른 세계에서 아기로 다시 태어난다 전생의 기억과 지식 아기 때부터 어른의 머리로 생각한다 / 전생의 기술로 앞서 나간다 몇 년을 아이로 산 시간이 비어 있다

세 갈래 모두 주인공이 남보다 많이 아는 데서 재미가 납니다. 그래서 클리셰를 비틀 자리도 대개 ‘무엇을 아는가’에 있습니다. 회귀한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회귀했거나, 원작 지식이 일부 틀렸거나, 아는 것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는 식입니다. 웹소설 연재 게시판에서 ‘회빙환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이 필요하냐’는 질문이 자주 오가는데,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대개 이유보다 ‘그 지식으로 어떻게 살아남는가’입니다. 이유는 나중에 밝혀도 늦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해 두지 않으면 회차가 쌓일수록 어긋납니다. 이 문제는 핍진성 글의 ‘회귀 · 빙의 설정의 규칙을 어긴다’에서 따로 다룹니다.

현판 · 아카데미 클리셰 정리

현대 판타지(현판)와 아카데미물(마법 · 기사 학원이 무대인 판타지)은 ‘등급’과 ‘판정’을 중심으로 클리셰가 모입니다.

클리셰 흔한 꼴 독자가 기대하는 것
숨겨진 재능 무능하다고 여겨진 주인공에게 아무도 모르는 큰 힘이 있다 그 힘이 드러나는 순간의 반전
등급 판정 오류 수정구 · 측정기가 주인공을 최하 등급으로 판정한다 낮게 본 사람들이 나중에 놀란다
평민 특례생 귀족만 다니는 학원에 평민이 특별 전형으로 들어온다 신분 차별을 실력으로 뒤집는다
귀족 라이벌 오만한 귀족 자제가 주인공을 공개적으로 괴롭힌다 대련 · 시험에서 라이벌이 크게 진다
교수의 눈에 띔 괴짜 교수가 주인공의 재능을 먼저 알아본다 특별 지도와 연구실, 학원 안 지위 상승
각성 · 헌터 등급 (현판) 어느 날 능력이 깨어나고 등급이 매겨진다 낮은 등급에서 시작해 최상위로 오른다

이 클리셰들은 대개 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판정에서 낮게 평가받고, 라이벌에게 무시당하고, 시험에서 숨겨진 재능을 드러내고, 교수가 알아본다. 독자는 1화의 판정 장면만 봐도 이 흐름을 떠올립니다.

예시: 『흑마법사라는데 흙만 잘 팝니다』는 클리셰를 어떻게 비트나

TypeTak 따라 하기 강의에서 쓰는 작품 『흑마법사라는데 흙만 잘 팝니다』는 위 아카데미 클리셰를 거의 그대로 깔고 시작합니다. 평민 소년 클레이 로웬이 귀족들 사이에서 무시당하며 왕립마도학원 입학시험을 보고, 판정석 앞에 섭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아, 판정에서 반전이 나오는 아카데미물이구나’ 하고 다음 장면을 짐작합니다.

비틀기는 그 짐작이 끝난 자리에서 나옵니다.

클리셰 익숙한 꼴 이 작품에서 비튼 곳
등급 판정 오류 천재를 최하 등급으로 낮게 잘못 읽는다 낡은 판정석이 평범한 ‘흙마법’을 “흑…… 마……”로 뭉개, 무서운 흑마법으로 높게 잘못 읽는다 오류의 방향
평민 특례생 숨긴 실력이 있는 평민이 들어온다 마력량 100점 만점에 1점인 소년이 흑마법 특례 입학생이 된다. 원하는 것은 자격증과 안정적인 일자리 주인공의 실력과 욕심
숨겨진 재능 무능해 보이던 힘이 사실은 최강이다 흙마법은 정말로 흙담을 메우고 밭을 살리는 생활 마법이다 힘이 정말 평범하다
귀족 라이벌 오만하게 괴롭히다가 시험에서 진다 루시안 카르벤은 처음부터 클레이에게 겁을 먹고 있고, 맞설수록 클레이의 평판만 올려 준다 라이벌의 감정
교수의 눈에 띔 교수가 숨은 재능을 알아본다 흑마법 교수 세라핀 모르델은 클레이가 ‘흙마법’이라고 할 때마다 겸손으로 받아들인다 알아보는 것이 오해다

비튼 곳은 칸마다 하나뿐입니다. 판정 장면, 평민 입학생, 귀족 라이벌, 괴짜 교수라는 틀은 모두 남아 있어서 독자는 장르를 놓치지 않습니다. 1화는 판정석이 “흑…… 마……”라고 발표하고 클레이가 “방금…… 제 속성이 흑마법이라고 했습니까?”라고 되묻는 장면에서 끝납니다. 장르의 약속을 다 지킨 다음 마지막 줄에서 비튼 셈이라, 이 비틀기가 그대로 1화의 절단(클리프행어)이 됩니다.

비튼 클리셰는 사건도 만들어 냅니다. 흙마법을 쓸 때마다 학원은 대형 흑마법이라며 떨고, 세라핀은 더 위험한 시험을, 루시안은 더 무리한 경쟁을 걸어 옵니다. 강의 보드에서 정한 2부 ‘학원 적응과 지위 상승’의 카드들이 모두 이 고리에서 나왔습니다. 잘 비튼 클리셰 하나가 연재 몇십 화를 끌고 갈 반복 구조가 됩니다. 이런 고리를 부와 회차 단위로 늘어놓는 순서는 플롯 짜는 법에 정리했습니다.

클리셰 비트는 법

  1. 쓸 클리셰를 이름으로 적습니다. ‘등급 판정 오류’, ‘파혼 선언’처럼 장르 독자가 알아볼 이름으로 씁니다. 이름이 붙으면 무엇을 비틀지 보입니다.
  2. 독자가 기대하는 다음 장면을 한 줄로 적습니다. ‘낮게 판정받은 주인공이 나중에 숨겨진 힘을 드러낸다’. 비틀기는 이 한 줄을 기준으로 합니다.
  3. 한 곳만 바꿉니다. 바꿀 자리는 보통 넷 중 하나입니다. 방향(낮게 ↔ 높게), 인물의 감정(오만 ↔ 겁), 주인공이 원하는 것(복수 ↔ 안정), 결과(이긴다 ↔ 이겼는데 손해를 본다).
  4. 나머지는 그대로 둡니다. 판정 장면, 학원, 귀족 같은 장르의 표지를 남겨야 독자가 비튼 곳을 알아봅니다. 다 바꾸면 독자는 비튼 곳을 찾지 못하고 다른 장르로 읽습니다.
  5. 비튼 것이 다음 사건을 낳는지 봅니다. 한 번 웃기고 끝나는 비틀기는 다음 화에 쓸 것이 없습니다. ‘오해가 풀리지 않고 커진다’처럼 반복될 고리가 생기면 연재를 끌고 갑니다.
  6. 1화나 늦어도 3화 안에 비튼 곳을 보여 줍니다. 웹소설 독자는 앞 몇 화로 계속 읽을지 정합니다. 비틀기를 50화 뒤에 숨겨 두면 그때까지는 그냥 클리셰로 읽힙니다.

같은 장면을 고치기 전 / 고친 뒤로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는 판정 장면, 둘째는 이 글의 예시로 정한 루시안의 장면입니다(강의에서 정한 41~45화 ‘첫 공개 실습’ 앞뒤).

  • 고치기 전: 판정석이 희미하게 빛나다 꺼진다. “최하급.” 귀족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클레이는 주먹을 쥐며 생각한다. ‘두고 봐라. 언젠가 내 진짜 힘을 보여 주겠어.’

  • 고친 뒤: 판정석이 “흑…… 마……”라고 뭉개 발표하자 웃던 귀족 학생들이 한 걸음씩 물러선다. 클레이는 생각한다. ‘흙마법이라고 한 건데. 자격증 시험에 지장은 없겠지?’

  • 고치기 전: 루시안이 복도에서 클레이의 어깨를 밀친다. “평민 주제에 흑마법사 행세라니. 실습에서 네 정체를 밝혀 주지.”

  • 고친 뒤: 루시안이 복도 끝에서 클레이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침을 한 번 삼킨 뒤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한다. “이번 실습, 나도 실습장 벽 보수 조에 지원했다. 겁날 것 없어.” 클레이는 그 말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른다.

고친 뒤의 두 장면은 판정과 라이벌이라는 틀을 그대로 쓰면서 독자가 미리 써 둔 대사를 빗나갑니다.

로판에도 같은 순서가 통합니다. ‘파혼 선언’의 기대 장면은 ‘버려진 영애가 울고, 나중에 복수한다’입니다. 여기서 감정 하나만 바꿔 영애가 파혼 선언을 듣자마자 준비해 둔 서류를 꺼내게 하면, 연회장 · 공개 파혼 · 약혼자라는 표지는 남고 장면은 새로워집니다.

자주 하는 실수

클리셰를 숨기려다 장르가 안 보인다. 뻔해 보일까 봐 판정 장면도, 귀족 학생도 빼고 시작하면 독자는 무엇을 기대하고 읽을지 모릅니다. 1화에서는 익숙한 표지를 먼저 보여 주는 편이 좋습니다.

  • 고치기 전: 클레이는 고향 밭에서 흙을 고르며 하루를 보낸다. 마법 이야기는 3화에 처음 나온다.
  • 고친 뒤: 1화 첫 장면부터 왕립마도학원 입학시험장. 은실 제복과 가문 문장 사이에서 해진 외투를 입은 클레이가 판정석 줄에 선다.

문장 클리셰로 장면을 때운다. 설정은 비틀었는데 문장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로 채워지면 장면이 흐려집니다. 그 순간 인물이 실제로 보고 만지는 것을 씁니다.

  • 고치기 전: 판정석이 울리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 고친 뒤: 나는 손바닥 아래의 진동을 느꼈다. 흙을 만질 때와 같은, 약하고 둔한 움직임이었다.

숨겨진 재능이 위기 때 갑자기 터진다. ‘숨겨진 재능’ 클리셰는 해결에 쓰일 때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기 쉽습니다. 한 번도 안 보여 준 힘이 절단 다음 화에 위기를 풀면 독자는 작가의 손을 봅니다. 힘의 한계와 대가를 앞 회차에서 먼저 보여 줍니다.

  • 고치기 전: 썩은 땅 앞에서 클레이의 몸에서 처음 보는 거대한 마력이 깨어나 땅 전체를 단번에 되살린다.
  • 고친 뒤: 클레이는 손이 닿는 한 칸씩 흙을 되살리고, 한 칸마다 숨을 몰아쉰다. 전부 되살리지 못한 채 쓰러지고, 남은 땅은 며칠 뒤 다시 썩는다.

(‘손이 닿는 흙만’ · ‘쓰면 지친다’는 핍진성 글에서 예시로 정한 흙마법 규칙이고, 되살린 흙이 다시 썩는 것은 강의에서 정한 바르칸의 복선입니다.)

주인공에게 클리셰의 장점만 몰아준다. 숨겨진 재능, 교수의 총애, 라이벌의 패배를 대가 없이 모두 주면 주인공이 메리수처럼 읽힙니다. 이 작품에서는 클레이가 얻는 평판과 장학금이 모두 ‘흑마법사로서’ 받는 것이라, 인정받을수록 원하던 평범한 삶에서 멀어집니다. 클리셰가 주는 보상에 값을 하나씩 붙여 두면 됩니다.

TypeTak에서 클리셰 정리하기

TypeTak은 에이전트와 함께 쓰는 AI 글쓰기 에디터입니다. 사건을 보드에 부와 순서대로 카드로 늘어놓고, 카드마다 그 사건이 기대는 클리셰와 비튼 곳을 속성으로 적고 그 속성을 카드에 보이게 골라 두면 한눈에 훑을 수 있습니다. 같은 비틀기가 몇 화 연속 반복되는지, 3화 안에 비튼 곳이 하나라도 나오는지가 카드 줄에서 보입니다. 회차를 쓴 뒤 피드백을 받으면 강점과 약점, 덜어 낼 곳과 함께 월드에 적어 둔 인물 설정과 어긋나는 대목을 짚어 줍니다. 겁먹은 라이벌로 정해 둔 인물이 어느 회차에서 갑자기 오만한 클리셰 악역처럼 굴 때 찾기 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클리셰의 예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문장으로는 ‘앵두 같은 입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이야기로는 웹소설의 ‘악녀 빙의’, ‘계약 결혼’, ‘등급 판정 오류’, 드라마의 ‘출생의 비밀’, 공포 영화의 ‘잠깐 확인하고 올게’ 같은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클리셰와 비슷한 단어는 무엇이 있나요?

우리말로는 상투어와 진부한 표현이 가장 가깝습니다. 창작에서는 트로프(장르에서 되풀이되는 설정)와 함께 쓰이는데, 트로프는 중립적인 말이고 클리셰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일이 많습니다.

클리셰의 반대말은 무엇인가요?

딱 맞는 반대말은 없습니다. 뜻으로는 참신함, 독창성이 반대편에 있고 작가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설정을 일부러 바꾸는 것을 ‘클리셰 비틀기’ 또는 ‘클리셰 파괴’라고 부릅니다.

영화 용어 클리셰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영화에서도 뜻은 같습니다. 너무 자주 쓰여 관객이 다음 장면을 미리 아는 설정 · 대사 · 연출을 말합니다. 범인이 마지막에 ‘내가 왜 그랬는지 알려 주지’라며 계획을 다 설명하는 장면이 흔히 꼽힙니다.

음악 용어에서 클리셰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흔히 쓰여 익숙해진 코드 진행이나 선율을 가리킵니다. 화음은 그대로 둔 채 한 성부만 반음씩 움직이는 진행을 ‘라인 클리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부정적인 뜻보다 작곡 기법의 이름에 가깝습니다.

웹소설에서 클리셰를 쓰면 안 되나요?

써도 됩니다. 웹소설 독자는 제목과 키워드의 클리셰를 보고 작품을 고르기 때문에, 클리셰는 장르를 알리는 표지가 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클리셰를 쓴 것 자체보다 장면과 대사까지 독자가 다 맞힐 때입니다. 한 곳을 비틀어 두면 같은 클리셰도 새로 읽힙니다.

참고

이 글 공유하기

지금 바로 TypeTak으로 첫 문장을 바꿔보세요

TypeTak 시작하기
따라 하기 강의

웹소설 연재 따라 하기

→

『흑마법사라는데 흙만 잘 팝니다』 한 편을 TypeTak으로 구상부터 연재 직전까지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갑니다.